island of blow
네 낡은 세면대 속의 연못 본문
집 떠나기 전엔 길이 1미터에 폭 60센치의 유리수조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아온 세타.
제주도까지 나를 쫒아와서는 숙소 세면대에서 겨우 팔다리 한 번 펼까 말까 하는 험난한 여정들을 모두 묵묵히 견뎌야 했다.
어두운 욕실 조명 아래 옆새우 몆 조각에도 세상 다 얻은 듯이 기뻐하며 넙죽넙죽 잡아먹던 강한 생명력의 힘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이런 너를 끝내 죽음으로 몰아넣고야 만 건 내 옹졸한 자만이었을까.
이 녀석만은 항상 내 결에 있어줄 거라고 너무도 굳게 믿었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이 무자비한 데에 더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같아서.
미안한 만큼 영원할 고통을 나는 얻고야 말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