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cell/artwork (31)
island of blow
낑깡총의 아가 시절 모습들을 모아서 만든 홈비디오. 한나절을 꼬박 쏟아 10년 만에 영상 편집을 해봤는데 내가 만든 건데도 너무 귀엽다. 물론 애들 미모가 다 한거지만서도. 영상에 쓰인 BGM은 heath lancaster의 we called it love. 너무 좋은 노랜데도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게 가장 아쉽다. 추억 한 챕터를 갈무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보낸 시간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 또 어떤 불안한 행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그 미래를 침착하게 그려나가고 싶을 뿐이다. 원본 오디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EsZFTAq35o
나의 첫 시집을 낸 지 벌써 100일 가까이가 지났다. 미루고 미루던 중판 출간을 궤도에 올려본다. 책을 낸 사람이 된다는 것에의 어설픈 소회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짧은 편지 중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심지어는 내가 이제 곧 새 책을 출간한다는 상황까지도 내 삶을 뒤틀어 변화시킬 하나의 요소입니다." "그로써 나는 무언가를 상실하는 겁니다. 즉 출간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그 정체성을." "설령 실수나 나약함 혹은 불완전성 같은 좋다고 여길 수 없는 요소들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상실은 상실입니다." "내 친구들은 내가 당대 최고의 시인이 될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쓴 글들을 읽었을 뿐 내가 쓸 수도 있었을 글들은 읽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설사 ..
언어는 인류의 해방을 공언했지만 그것은 결국 거짓이었다. 수많은 거짓말과 가짜로 얼룩진 눈꺼풀의 표면. 눈을 뜰 때마다 눈이 멀어가는 학습된 공해의 시대에서 살아간다. 이따끔 들르는 사계리의 서점 "어떤 바람"에서 꼭 봐야 한다는 추천을 받아 찾아간 포도뮤지엄의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지친 상태였고 영감이라고 부를 만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여기서 그걸 찾은 것 같다. 외롭지 않은 쉼표 같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정말로 꼭 경험해볼 만한 전시다. 원래 이번 달 7일까지였으나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다음 달까지로 연장된 듯하다. 감사하게도. 전시가 끝마치기 전에 한 번 더 보러 가려고 한다. 서점에서도 두 번 봤는데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하던데. 나도 그렇게 느낄 수 ..
포도뮤지엄의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 중 일부. 타이틀은 "왜곡의 심연"이다. 카메라를 구석에 놓인 스툴 위에 놓고서 10초 타이머를 맞추고 찍었다. "어느 새 다다른 그곳은 모든 것이 뒤틀린 세상.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너와 나를 집어삼킵니다." 억압과 차별의 위상에서 반복되는 언어의 문자열. 심연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면 애초에 왜곡은 무엇을 뜻하는가.
오늘 처음 공개된 amazarashi의 새 앨범에 실린 노래 "1.0"의 뮤직비디오 갈무리 이미지로 만든 팬아트 포스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기는 했지만 이번엔 한도 초과에 가까운 기대 이상이었다. 마저 소화시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을 만큼. 가사가 너무 좋다는 반응들이 많은데 뮤직비디오도 바로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같아 기쁘다. 솔직하고 담담하면서도 음절마다 강인함이 녹아든 가사야말로 아마자라시의 정체성이고 이들에게 그렇지 않은 노래는 없으니까. "분명하게는 0과 1밖에는 없어서 그 사이의 바다가 펼쳐져 헤엄치지 못 하고서 발버둥치는 살고 싶어 하는 망령들." "얼어붙은 마음들.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소원조차 이뤄지지 않고 죽고 싶다는 거짓말을 해봐도 강 건너의 빛은 눈이 부셔서...
일기예보만 믿고 쫄래쫄래 나갔다가 비 쫄딱 맞고 정류장에서 오들오들 떨며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린 날 어쩌다가 찍게 된 사진. 비를 피해서 지붕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는데 이렇게 귀여운 셀프 촬영이라니. 마침 오픈 이벤트 중이여서 촬영은 무료였고 원본 파일을 받는 데에만 1장에 2000원이 들었다. 스냅 느낌 나는 사진 2장을 포함해서 총 3장을 받았지만 말 못 할 사정에 의해서 공개는 이 사진만 하기로 낑깡이와 합의 완료. 자세한 설명은 낑깡이의 견권을 위해서 생략하도록 한다. 내심 이게 될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박스 위에 올라가자마자 얌전해진 녀석들 덕분에 2분 만에 20컷 정도를 후다닥 건질 수 있었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는 데 재능이 있는 줄 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