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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꿈에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은둔의 유단자 총. 대충 맘모스가 잡으러 와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 아뵤.
총이는 절대 안 졸린데 발바닥이 자꾸 졸리다고 한다. 정말이지 총이는 절대 안 졸려서 아직도 한참 더 놀고 싶은데 머리는 왜 자꾸 무거워지는 걸까.
종로를 걷다가 발견한 유리창 너머의 고양이. 시골 감성 충만한 깡이와 총이는 이마저도 그저 신기할 뿐이다. 고양이도 신기한데 무려 자동문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냥이라니. 아무리 빤히 쳐다봐도 냥펀치를 안 맞을 수 있다니. 완전 캡쑝 킹왕짱이다.
하수구가 무서운 꼬마 총이. 먼저 뛰어넘은 형아 깡이는 뒤따라오지 못 하는 동생을 데려오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자기도 실은 조금 무서웠으니까 동생 마음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는 깡이. 이럴 때 보면 참 우애 좋은 쌍둥이다. 앞으로 견생에 닥쳐올 어떤 역경도 거뜬할 것 같이.
경복궁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옥 카페 나그네하우스. 사직단 먹자골목의 달뜬 번화함에 지쳐서 슬쩍 골목길로 빠져 걷다 보면 어느 새 홀연히 나타나는 와인과 맥주 그리고 커피가 있다. 낑깡총은 아직 어려서 셋 다 못 마시지만 그래도 당차게 들어가서 맹물을 얻어마셨다. 나중에 좀 더 커서 한 잔 기울이러 다시 와보는 걸로 하자. 열심히만 살아봐라. 20년 금방 간단다.
종로의 미로미로에 은밀한 듯 태연하게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나그네하우스. 낑깡총이는 더위 식히고 물 얻어먹고 카페의 다른 손님들과 신나게 놀아주시느라 오늘도 바쁘다.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왔다는 말에 이곳 마당의 하르방들도 제주도에서 힘들게 데려오신 거라고 얘기해주신다. 그러고보니 2년 전에 나그네하우스에 왔을 때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때보다도 훨씬 특별한 이야기로 들리는 건 내가 이미 어엿한 제주사람이 되어버린 탓이겠지. 낑깡총이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 시간 동안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이 있고 그래서 더 아쉬운 것들과 반가운 일들이 있다. 우리는 며칠 뒤면 다시 서울을 떠나지만 하르방들은 언제나 돌처럼 우두커니 이 고도를 지키고 있을 테고.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돈까스 먹으러 가는 줄 알고 쫄랑쫄랑 따라왔다가 주사 맞고 풀 죽은 깡이와 총이. 낑깡총은 1차와 2차 백신은 제주도에서 맞았지만 3차는 서울에서 맞았다. 무려 바다를 넘나드는 유학파 면역력 되시겠다. 아가 때는 오히려 멋 모르고 얌전하더니 머리 좀 굵었다고 엄살이 부쩍 심해진 우리 총이씨. 진료실 안에서 발톱 깎으면서는 얼마나 숨 넘어가는 곡소리를 내던지 의사선생님이 다 민망해하셨을 정도였다. 그래도 또 병원 갈 때마다 가는 건 좋단다. 얼른 6차까지 다 맞고 어른 강아지가 되면 그때야말로 돈까스를 영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아아. 기다림은 쓰고 진실은 더 쓰구나. 그치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