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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댕댕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 오랜만에 장서록을 정리하면서 새삼 깨닫는다. 서점들을 찾아다니며 책 한 권씩 사는 것이 유일한 휴일의 낙이었던 내 삶은 어느덧 사료통과 똥츄와 삑삑이로 가득 차버렸다. 서점을 갈 시간도 책을 살 돈도 책을 읽을 체력도 없어질 정도로 스펙타클한 육아였냐고 하면 과연 그렇다. 이견은 없다. 장서록(i)와 장서록(ii)에 오른 책들 중 상당수가 애들 이빨에 시달리다가 형체를 잃었다는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보내는 한 시간이 책 한 권의 가치보다도 훨씬 더 소중하다고 믿고자 한다. 체온을 가진 존재끼리의 유대 관계라는 것은 그 어떤 물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엔 절..

책의 구입처와 관련해서 조금의 첨언을 해야겠다. 인터넷이나 여타 '서점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책을 구했을 경우에는 단지 지역으로만 표기했다. 그리고 박람회나 중고장터 또는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도 책의 거래는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청색 글씨로 구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황색으로 블록된 곳들은 재방문한 적이 있거나 앞으로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 서점들이다. 그 가운데 제주 서쪽의 무명서점과 남쪽의 어떤바람을 가장 자주 간다.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202번 버스의 정류장과 가장 가깝다는 것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해두고 싶다.

19살 이후로 세려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의 이사 -혹은 이직- 를 했고 그러면서 세려면 바둑알이 모자를 정도의 책들을 버렸다. 마지막 이사는 대전에서 제주로 오면서였고 이때만 해도 얼추 80여 권을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100만원 어치의 책들을 몇 천원의 헐값에 넘기면서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않는 것이 그 책들에 대한 최후의 예의일 거라고 믿었다. 리어카에 엉거주춤 쌓인 채 kg 당 얼마로 환산된 내 한때의 보물들은 그저 흰 종이에 검정 잉크의 폐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내 이십 대 초반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조용히 페이드아웃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만 그들이 완전히 소각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겠지만 실은 그마저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들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