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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선물 본문

andante/timeline

오늘이라는 선물

onyéul 2021. 10. 8. 13:44

 

반 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둔 지 꼭 일주일이 지났다.

퇴사 전에는 시간을 어디 쓸지가 가장 걱정일 줄 알았는데 막상 낑깡총이 육아에 기운을 다 뺏기느라 하루가 외려 더 짧을 지경이다.

불안감이 어떻게 없을 수 있을까.

낑깡총을 입양하지 않았더라도 재취업할 생각에 골머리 썪긴 했겠지만 애들 키우는 처지에선 고려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료값에 병원비에 돈은 훨씬 많이 드는데 집에 오래 혼자 둘 수는 없으니 일하는 시간은 줄여야 한다.

이럴 땐 정말이지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물론 안정된 임금 수익을 포기하고서 얻은 자유겠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장 재택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나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든 출되근하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해야 하는데 내 상황에 꼭 맞는 직장이 나타난다는 건 그야말로 사막에서 모래알 찾기겠지.

온갖 우려와 염려에 무가치하게 소모되느라 만감이 교차할 여력조차 없는 시기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

 

새근새근 단잠에 빠진 아이들 얼굴에 가까이 다가갈 때면 미세하게 움직이는 콧잔등 틈새로 살랑이는 들숨날숨이 느껴지곤 한다.

다만 지키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다. 고달픈 시름에만 얽매여 이 소중한 의미들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엔 다 잘 될 거라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그런 따뜻함으로 우리의 오늘이 기억에 남기를.

지금 이 순간의 이 모든 게 지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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