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애들 클 때 본문
그 이름도 유명한 댕춘기가 시작된 낑깡이와 깡총이가 유일하게 얌전한 듯 보일 때는 모처럼 단잠에 빠졌을 때뿐이다.
금방이라도 사라질지도 모를 신기루와도 같은 낮잠타임이지만 그래도.
잘 때 애들은 정말로 이렇게나 마음이 시리도록 사랑스럽다.
집구석은 그야말로 개판이고 빨래는 빨아도 빨아도 끝이 없고 아무리 닦아도 방바닥은 오줌 범벅이라 미끌거리기만 할 때.
자기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증명이라도 하듯이 응가하는 데는 잠깐만 안 봐도 지뢰밭이 되는데 변기통은 자꾸만 막힐 때.
그렇게 치울 줄도 모르면서 먹고 싸기만 하는 놈들이 머리 좀 굵었다고 고집은 생겨선 밤엔 뛰어다니고 산책할 땐 안 걷겠다 뻐길 때.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번아웃의 연속이고 몸도 아픈데 그렇다고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다는 게 책임의 무게라는 걸 체감하게 될 때.
그저 하염없이 고되고 지칠 것만 같다가도 불쑥 찾아오는 위로의 순간들이 그럼에도 있다.
아주 어리고 예쁠 때의 기억으로 이후의 시간까지를 메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애들은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
내가 너무 제 풀에 꺾여서 미처 다 담아내고 바라볼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애들이 다 커서 내가 애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애들과 내가 함께 늙어갈 날이 온다면 비로소 오늘이 회상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래도 한창 클 때가 좋았지 하고 추억하게 될 날이 온다면.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제 막 겨우 출발선에 선 것이다.
힘들고 막막할 때가 있더라도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믿으니까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여기 이곳에 같이 있을 까닭으로는.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