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대흥동 어도비하우스 본문
대전의 중심지인 으능정이 거리. 2년 만에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빌딩들과 간판들.
그리고 내가 주방 막내로 일했던 파스타집에서 불과 1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도심의 옛집을 개조한 조용한 카페가 있었다.
이 근방에 살 때는 왜 여기에 이런 카페가 있는 걸 몰랐는지.
최근에 생겨서인지 아니면 일하느라 바빠서 주변 동네조차 돌아다닐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는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까무룩 단잠에 빠진 총이와 깡이를 바라보며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무엇이 달랐을지 생각했다.
많이 어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어디서건 버텨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건 다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이십 대의 첫자락을.
물론 그때에 가득 넘치듯 가졌던 것들을 지금까지 모두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잃고 놓치고 버려짐으로써 미처 알지 못 했던 것들과도 새롭게 교차될 수 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공기가 탁하고 사람들은 활기차고 하늘에 그득그득 들어선 전기줄에는 비둘기들이 줄 지어 앉는 방황을 닮은 도시.
목척교와 으능정이와 대흥동의 그 숱한 카페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겠지만 나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다른 곳에서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새로운 무언가가 생겼음을. 새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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