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아랫마을 본문
하모리에서 사계리까지 2차선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본 산방산.
제주도에는 산이 별로 없어서 길 가다가 산이 보여도 저 산이 무슨 산인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가장 가까이에 있는 표지판에 어련히 알아서 다 쓰여 있다. 산방산이라고.
그러면 그 뒤부터는 이 산은 너무도 당연하게 산방산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여기서 더 가까이 가본 적도 없으면서.
하지만 이따금씩 걸어가다가 혹은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방산은 왠지 사람 발길을 거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 같다.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자연이 가끔은 허락돼야 한다는 것을 강변이라도 하는 듯이.
관광의 섬 제주도에는 육지 사람들이 필요할 때만 예뻐보여야 하는 불행한 부유물들이 이미 필요 이상으로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