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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바람에 날아가는 26인치 자전거 본문

log/re:epilog

바람에 날아가는 26인치 자전거

onyéul 2021. 6. 17. 17:48

 

바위 위에 앞바퀴와 뒷바퀴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셔터를 두번째 누르는 순간에 자전거가 바람을 타고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알톤이는 흡사 탱탱볼처럼 탱 탱 탱 하고 몇 번씩이나 부딪히고 튀어오르며 바위언덕 아래를 굴러내렸다.

황급히 쫓아가 살펴본 내 소줌한 자전거는 그러나 놀랍도록 무사했다. 기적이란 게 있다면 이런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핸들 쪽의 프레임이 조금 파여나간 듯이 찍힌 것을 제외하곤 어디 한 군데 휘거나 부러지거나 기능을 상실한 곳도 없었다.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나 역시도 조금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한 달쯤 뒤에 나는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대단함은 그로써 증발돼버렸다. 이 녀석의 것도 나의 것도.

우리는 서로가 함께할 때만 대단해질 수 있는 자전거와 라이더였던 것이다.

비록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도 난 바닷가에서 바람에 날라가고도 살아남은 자전거는 "내" 자전거뿐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세상에 둘도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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