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서귀동 melbourne32 본문
이중섭거리 근처를 떠돌다 우연히 만난 핫도그집 맬버른32.
오픈키친이라 내 소중한 한 끼가 되어줄 핫도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절 없는 허기와 함께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었다.
쉐프님은 핫도그를 만드시는 내내 나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거셨는데 내심으론 대화하느라 소시지를 태우지나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나에게 도달한 핫도그는 놀랍도록 딱 맞게 그릴링된 모습이었다.
과연 프로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두어 달이 지나서 명함까지 받았었던 이 가게의 이름을 그만 까먹어버렸다.
서귀포 핫도그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봐도 도무지 나오지도 않고. 쌍갑포차처럼 신기루같이 존재하는 가게였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기억을 가다듬어보려 뒤적거리던 카메라에서 불현듯 놀라운 걸 발견했다.
"melbourne, 24 dongbu-ro, seogwipo, jeju."
기억보다 기록이 더 믿음직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지각한 순간이라 하겠다. 더불어 요식업계에서의 유니폼의 중요성도.
여하간 덕분에 이젠 버스만 타도 맬버른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