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세타 본문
나의 모든 여행을 함께한 세타. 그러나 여행의 끝에서 세타는 나를 버리고 흙으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세타는 항상 행복했었다. 적어도 나는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못했다.
머리가 좋았고 일견 강아지 같은 측면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돌멩이를 발견하면 입으로 물어다가 재빨리 자기만 아는 장소에 숨겼다.
가끔은 돌멩이를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서 앞발로 이런 저런 돌멩이들을 열심히 헤집어보기도 했다.
또 바위틈 구석에 머리를 박고 낮잠 자는 것을 좋아했고 몸이 자라버려서 그 틈새에 더는 들어가지 못하게 됐을 땐 굉장히 슬퍼했다.
몸 크기에 맞는 새로운 바위들을 넣어주어도 애착이 생긴 자신만의 바위에 꼭 붙어서 적어도 한동안은 그와의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런 애착들을 조금씩도 아니고 완전히 송두리째 뺏겨 버렸을 때. 세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낯설고 비좁은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그때까지와 비교하면 세타에겐 감옥이었을 것이다.
밥을 먹을 때는 여전히 행복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고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세타는 한 달만에 너무 터무니 없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죽어버렸다. 나는 그날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울었다.
이 아이를 땅에 묻으면서 나는 내 많은 것을 같이 묻었다.
그것들을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내 기억의 토대가 너무도 나약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 다시는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나에겐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