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겨울이 꽃을 데려갔을 때 본문
내가 세타에게 미안한 것은 세타가 없었더라면 내가 그 무엇도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타가 무엇을 견딜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단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고만 착각했을 뿐이다.
세타는 나의 마지막 거북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지만 그럼에도 책임질 수 없었을 때 그건 두 번 다시는 시작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했지만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존재에겐 가닿지 못했을 때 나는 그를 아낀다고 말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누려야 할 마땅할 권리와 최소한의 윤리를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불가피하다고 느낄 땐 가차 없이 내버렸다.
그래서 세타는 생명을 기르는 일엔 결코 차선 따위가 있을 수 없음을 온몸으로 내게 보여주고선 떠나버렸다.
그것이 세타에게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그 앞에서 마지막까지 무기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