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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무궁화호에서 내린 시간이 밤 11시. 군산이 항구도시라는 건 밤거리의 홍등들에 눈이 부셔가며 알게 되었다. 빌딩숲 속 겨우 자리잡은 카페 구석에서 김광석 소극장 공연 노래를 들으면서 졸다가 깨다가 하며 밤을 새웠다. 새벽 5시. 하늘이 조금은 색을 띄우는 듯한 다행스런 안도감에 다시 거리로 나와 여객선 터미널로 걸어가는 길. 윤곽이 채 드러나지 않은 밤이슬 서린 바닷가의 한 켠에서 조용히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log/re:epilog
2021. 3. 30. 11:58

밤하늘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별자리를 볼 때가 있다, 그래 고통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잣소리로 미쳐갈 때도 밥 한 그릇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치욕일 때도 그것은 어느 새 네 속에 들어와 살면서 말을 건네지 살아야 한다는 말 그러나 집이 어디 있느냐고 성급하게 묻지 마라 길이 제가 가닿을 길을 모르듯이 풀씨들이 제가 날아갈 바람 속을 모르듯이 아무도 그 집 있는 곳을 가르쳐줄 수 없을 테니까 믿어야 할 것은 바람과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아야 할 침묵 그리고 그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 이렇게 우리 헤어져서 너도 나도 없이 흩날리는 눈송이들 속에서 그래, 이제 詩는 그만두기로 하자 그 숱한 비유들이 그치고 흰 빛, 흰 빛만 남을 때까지 _박영근 「흰 빛」
log/prolog
2021. 2. 27.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