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island of blow

snailfeet 본문

cell/artwork

snailfeet

onyéul 2021. 10. 5. 23:09

 

언젠가 시집을 내게 된다면 표지로 쓰려고 만들어놓은 이미지.

시는 한 마흔 편 정도는 모인 것 같은데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주기가 싫어 그저 신주단지처럼 모셔만 두고 산다.

시집의 이름도 정하지 못했는데 일단 가제는 snailfeet.

하지만 이걸 '달팽이의 발'로 직역하면 뭔가 상당히 웃길 것 같아서 다른 적당한 이름이 떠오를 때까지 덧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정말 내가 시집을 낼 날이 오기는 올까.

글 쓰고 싶다는 말이야 밥 먹듯이 하곤 했지만 내기 진심으로 모든 걸 걸고 글을 써본 적이나 있기는 한 걸까.

어차피 문학해서 먹고 살 길은 없다는 때깔 좋은 핑계로 나 자신을 비춰보는 일로부터 그저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샘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시간이 아무리 새벽 언저리로 치달려도 도무지 밤 같지가 않은 밤이다.

나침반이 흔들리는 것은 방향을 찾기 위함이듯이 사람이 생을 존속시키는 것은 뭔가를 더 발견하고 점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내가 불씨로 삼아야만 할 어떤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은 이미 오래전에 나를 떠나 사라지고 만 것만 같다.

나는 대체 나 스스로에게서 무언가를 위한 목마름을 느끼고는 있는가.

그를 위한 오아시스의 존재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다.

 

혹시 내 안에는 사막을 헤쳐나갈 선망보다는 사막의 일부가 될 절망이 더 크게 자리한 것은 아닐까.

 

이 어두운 밤의 가장자리에도 들불처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사랑했던 축축히 젖은 흙빛의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었으면.

그래서 오늘이 빨리 내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바라는 것은 삶에 대한 여전한 믿음임을 다시금 나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cell > artwo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평투상_원룸  (0) 2022.02.13
blurred bluff & sorrow  (0) 2022.01.12
낑깡총 안단테  (0) 2021.10.01
IT'S PURE CHANCE  (0) 2021.10.01
letter to π  (0)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