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snailfeet 본문
언젠가 시집을 내게 된다면 표지로 쓰려고 만들어놓은 이미지.
시는 한 마흔 편 정도는 모인 것 같은데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주기가 싫어 그저 신주단지처럼 모셔만 두고 산다.
시집의 이름도 정하지 못했는데 일단 가제는 snailfeet.
하지만 이걸 '달팽이의 발'로 직역하면 뭔가 상당히 웃길 것 같아서 다른 적당한 이름이 떠오를 때까지 덧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정말 내가 시집을 낼 날이 오기는 올까.
글 쓰고 싶다는 말이야 밥 먹듯이 하곤 했지만 내기 진심으로 모든 걸 걸고 글을 써본 적이나 있기는 한 걸까.
어차피 문학해서 먹고 살 길은 없다는 때깔 좋은 핑계로 나 자신을 비춰보는 일로부터 그저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샘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시간이 아무리 새벽 언저리로 치달려도 도무지 밤 같지가 않은 밤이다.
나침반이 흔들리는 것은 방향을 찾기 위함이듯이 사람이 생을 존속시키는 것은 뭔가를 더 발견하고 점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내가 불씨로 삼아야만 할 어떤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은 이미 오래전에 나를 떠나 사라지고 만 것만 같다.
나는 대체 나 스스로에게서 무언가를 위한 목마름을 느끼고는 있는가.
그를 위한 오아시스의 존재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다.
혹시 내 안에는 사막을 헤쳐나갈 선망보다는 사막의 일부가 될 절망이 더 크게 자리한 것은 아닐까.
이 어두운 밤의 가장자리에도 들불처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사랑했던 축축히 젖은 흙빛의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었으면.
그래서 오늘이 빨리 내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바라는 것은 삶에 대한 여전한 믿음임을 다시금 나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cell > artwo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평투상_원룸 (0) | 2022.02.13 |
---|---|
blurred bluff & sorrow (0) | 2022.01.12 |
낑깡총 안단테 (0) | 2021.10.01 |
IT'S PURE CHANCE (0) | 2021.10.01 |
letter to π (0) | 202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