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island of blow

새순 본문

log/re:epilog

새순

onyéul 2021. 4. 3. 14:57

 

요즘엔 인생도 이모작이라고들 한다. 가을에 새순을 심는 농사꾼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모래가 많은 땅엔 모래가 많은 대로 질흙이 많은 땅엔 질흙이 많은 대로 그에 맞는 씨들을 골라 심으면 그만일 텐데.

어쩌서인지 이조차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나도 언젠가는 땅을 고르며 시간을 보내는 그런 느긋하고도 사려 깊을 여유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피터 빅셀의 문장 그대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시간이 많다는 건 단순히 하고 싶은 걸 무분별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재산과 지위가 있다는 게 아니다.

내가 아닌 혹은 나와는 다른 존재들을 기꺼이 품고자 하는 그리고 품을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넉넉함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농사를 짓는 일일 거라고 한때 강하게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마음은 가장 여유로운 세상.

그런 세상에 살아갊으로써 삶의 형질까지도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정말로 불가능한 꿈일까.

누군가가 애써 잘 손봐놓은 밭을 바라볼 때마다 남몰래 꿈틀거리는 어떤 뜨거움이 그저 아직도 남아있을 뿐이다.

'log > re:epi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문로터리 야자수, 저녁놀  (0) 2021.04.04
  (0) 2021.04.04
철조망 밖에서  (0) 2021.04.03
접시 위의 찻잔들  (0) 2021.04.03
요요무문  (0)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