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동문로터리 야자수, 저녁놀 본문
급히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사러 다시 동문 시내까지 다녀온 날.
단순한 여행에서 완전한 이주로 점차 제주도에 온 목표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이날의 노을빛 아래서 처음으로 체감했다.
일자리를 얻고 최소한 몇 달은 지낼 숙소를 구하고 생필품을 재정비하고 생계를 획책하는 일. 모두 여행의 소임은 아닌 것들이다.
불과 며칠 전 아침햇빛 아래서 올려다본 야자수들은 나를 여행객으로써 대해주었지만 이제 나는 가난한 제주도민일 뿐인 것이었다.
이제는 길거리 어디에서 봐도 별로 놀랍지도 않은 멀대같이 높다란 열대의 나무 이파리가 그나마의 그늘이 되는 이곳 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