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창 밖은 흰 눈이 내릴 때만 보는 걸로 본문
대전에서 열차 타고 다시 서울로 가는 길. 드넓은 논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창 밖의 풍경이 신기하지도 않은지 내내 꿈나라다.
며칠 간의 장거리 이동 강행군에 멀미도 없이 잘 따라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일 거다.
오죽 피곤했으면 평소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이동가방 안에서도 저렇게 딥슬립을 할까. 안쓰럽고 짠하기도 하고.
하지만 덩치가 커져서 멀리 가는 여행을 잘 못 하게 된 요즘에 들어서는 어릴 때 여기저기 다녀본 게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깡이와 총이의 기억 속에 그때 그곳에서 보고 겪은 것들이 잊지 못 할 배움과 각인으로 남아있다면.
당시에 겪었던 이런 저런 힘듦은 그것만으로도 보상 받은 거라고 믿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어쨌거나 모두 지나고 난 뒤에는 가장 아름마운 추억들만 남으니까.
지난한 철로 끝에서 몸을 내리고 나서는 전신줄 너머로 바라봤을 가장 강렬한 이미지만이 머릿속의 잔상으로 떠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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