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강의 끝에서 본문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서 15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다.
해질녘 무렵부터 죽을 것 같았다.
해가 진 뒤부터는 논두렁의 어딘가로부터 개구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1km 1km 표지판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심장의 박동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당장 오늘 잘 곳은 있나.
마지막 10km를 달리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그냥 길에서 뻗어 자야 할 수도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 겨우 도착한 하구둑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간신히 차가운 이불 속에 누웠을 때조차 안도보단 걱정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이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아직도 165km 혹은 그 이상이 남아있다고.
다음 날 마침내 아침부터 뒷바퀴 타이어가 펑크나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큰 걱정은 이미 다 하고 있다고 믿었을 거다.
무턱대고 몰아붙인 이 여행에서 나는 걱정을 내려놓는 법이 이나라 나를 내 걱정보다 더 강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정표라는 건 길을 넌지시 보여줄 뿐 같이 나서서 찾아주지는 않는다.
결국 모든 건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에 달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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