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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등만 대면 잠이 들던 나이. 업어가도 모를 것 같다. 특별히 무지하게 피곤했을 때만 하늘 보고 드러눕는 귀는 요놈들이 그래도 쌍둥이라는 증거. 아침부터 고생했다고 딱 귀 한 개씩 뒤집힐 만큼만 힘들었나 보다. 그렇다고 둘이 똑같이 저러고 잘 건 뭐람. 귀엽게시리.
"낑깡"님이 "깡총"님에게 "소심한 뒷발차기"를 사용하셨습니다. "깡총"님의 인류애가 0.004p 감소하였습니다. 이로써 발생한 균열로 인류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였습니다. 두둥. 그렇다면 앞으로의 결말은 과연. 이거 참 빨리 더 귀여워져서 인류를 구원하는 수밖에는 없겠다. 뭐 다른 방법이 없잖아.
숙소의 곰돌이와 재빨리 한 컷. 커다란 곰 앞이라서인지 괜히 더 세보이고 싶어 하는 총이 되시겠다. 어흥. 내가 훨씬 더 무섭다구.
대전역 근처의 카페에서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을 때우다가 12시쯤 들어간 에어비앤비 숙소. 쇼파 위에 아주 커다란 곰인형이 있다는 것만 빼면 평범한 빌라의 평범한 원룸이었다. 그래서인지 곧바로 적응해 거실에다가 시원하게 쉬야 한 번 해주시고 척 자리 깔고 엎드리신 우리의 총이 양반. 겨우 1박 묵을 숙소였지만 기세는 아주 원없이 눌러앉을 기세였다. 어디든 애착담요만 있으면 그곳이 곧 내 땅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도 마음만 편하면 그곳이 곧 내 집이라. 뭐 대충 그렇다고 한다. 참 속 좋아서 좋겠다.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그랬는데 자기가 숙박비 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그래 안 그래 총.
대전의 중심지인 으능정이 거리. 2년 만에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빌딩들과 간판들. 그리고 내가 주방 막내로 일했던 파스타집에서 불과 1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도심의 옛집을 개조한 조용한 카페가 있었다. 이 근방에 살 때는 왜 여기에 이런 카페가 있는 걸 몰랐는지. 최근에 생겨서인지 아니면 일하느라 바빠서 주변 동네조차 돌아다닐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는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까무룩 단잠에 빠진 총이와 깡이를 바라보며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무엇이 달랐을지 생각했다. 많이 어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어디서건 버텨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건 다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이십 대의 첫자락을. 물론 그때에 가득 넘치듯 가졌던 것들을 지금까지 모두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
총이 귀는 당나귀 귀. 꿈꿀 때만 뾰쪽뾰쪽 된다네. 새근새근. 마음이 복잡할 때에도 이 숨소리를 들으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만 같다. 적어도 이 녀석들의 이 포근한 편안함을 언제까지고 지킬 수만 있게 된다면.
아빠 출장 따라 서울로 또 대전으로. 비행기와 버스와 기차까지 묵묵히 고단했을 여행길을 견뎌준 낑깡총이들. 아침 일찍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모닝커피를 위해 온 카페 한 구석에서 곧장 퍼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제주도로 내려오기 직전까지 살던 도시에 낑깡이와 깡총이를 데리고서 다시 와보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었는데. 참 재밌고도 기가 막힌 우연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 어떤 인연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에 이토록 열심히 끌려다니며 사는 걸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알게 되리라고 믿고 싶다. 지금으로써는 그때와도 같이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만 느껴지더라도.
공덕역 근처에서 1차 애견카페 견학을 마치고 2차로 정한 곳은 경의선숲길의 "포니테일". 해지고 나서 갔는데도 테라스에까지 사람과 강아지로 북적북적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멀뚱거리는 깡이와 총이. 말티즈가 가까이 다가오자 저게 대체 뭘까 궁금하다는 듯이 빤히 내려다본다. 제주도에서 자기들보다 훨씬 큰 강이지들만 주구장창 봐온 낑깡총들에게 이런 상황이 신기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다. 하지만 결국 막판에는 완벽하게 적응해서 몇몇 친구들과 카페 문 닫을 때까지 광란의 우다다를 하다 돌아왔다는 이야기.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유치원생. 사회화의 첫걸음을 겨우 내디딘 셈이었달까. 그리고 이 아이들은 커서 다른 강아지에게는 젠틀하면서 지들끼리만 세상 험악하게 싸워대는 아름다운 형동생으로 자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