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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하루가 멀다고 길어지는 총이와 깡이의 꼬리. 그리고 아뿔싸.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차마 고의가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게 만드는 총이의 다소 떳떳하지 못 한 자세의 부자연스러움이랄까. 형아가 뒤돌아보면 당장이라도 축지법을 쓸 것만 같다.
늦은 점심을 먹고 느즈막히 찾아간 애견카페. 카페의 상주 강아지에게 짖음 한 번 당하고 지레 움츠러든 깡이와 총이. 친구들이랑도 좀 놀라고 왔더니만 또 엄마 옆에만 찰싹 붙어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다. 이런 하룻댕댕이들. 사족이지만 사진 속 깡이의 눈빛을 번역하자면 "엄마 쟤 뭐야 무서워" 정도가 되겠다.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엄청나게 큰 새들이 마냥 신기한 총이. 보안검색대도 씩씩하게 통과하고 강아지 탑승권도 받고선 당당하게 뷰 좋은 창가 자리를 선점하는 데 성공. 이동가방을 좌석 밑으로 내려야 하는 착륙 직전을 빼고는 비행 내내 엄마 무릎 위에서 하늘과 구름들을 바라다봤다. 총이의 기억 속에도 이날은 잊지 못 할 경험으로 남았을까.
어릴 때는 서로 머리 맞대고 잠들기도 잘 했던 깡이와 총이였다. 그러다가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폭발하던 격동의 사춘기를 석 달 정도 거치고. 이젠 싸워봤자 도긴댕긴인 걸 피차 아는지 다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여전히 내가 중간에 끼어있어야 나란히 붙어서 잘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나한테 혼나면 자기들끼리 담합하려고 은근슬쩍 둘이서 뭉치기도 하고 그런다. 그저 무작정 동생이랑 형아라고 좋아라할 줄만 알던 꼬꼬마 무렵이 그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치고 박고 덤비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똑 닮은 얼굴로 잠이 든 녀석들을 보노라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다. 몇 번을 싸우고 싸워도 날이면 날마다를 같이 자러 가고 같이 일어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건 그..
쭉쭉이 체조 하면서 자는 견생 5개월 차 깡이.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어른은 군살만 늘고 어린이들은 키가 큰다.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제주조각광원에서 낑깡총 생애 첫 곶자왈 산행을 감행했다. 안내데스크 선생님이 "곶자왈 둘레길은 강아지들 데리고 가기 힘들 거에요" 하고 겁 주신 덕분에 오히려 더 돌파하고 싶어졌더랬다. 그 출발은 다소 반항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의 트레킹을 거뜬히 해치운 깡이와 총이. 게다가 제 힘으로 올라 바라본 대망의 산방산 전망은 그야말로 기억 속에 각인될 정도의 장관이었다. 눈이 잔뜩 쌓이는 계절에 다시 가봐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느이 집엔 당근 없지? 집엔 없고 총이 꿈 속엔 있지. 지금쯤 당근밭에서 당근 캐는 꿈을 꾸고 있을 거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