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호모사피엔스여 나를 꺼내다오 본문
지가 제발로 기어들어가 빠져놓고도 세상 당당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꺼내달라 시위하던 사랑스런 꼬맹이.
이 녀석은 내 손가락이 제 손가락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이해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가끔은 내가 번쩍 들어올려주기를 바라면서 일부러 저 안으로 미끄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장난치는 걸 좋아하던 어린애였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지금 나도 나 스스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구멍에 빠져 있는데.
너처럼 간철한 눈빛을 쏠 상대도 나한테는 없는데.
그러니까 나는 대체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이젠 네가 좀 알려주면 안 될까. 이 멍청한 천재 같은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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