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cell/artwork (31)
island of blow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사람이 쌓아올린 벽돌보다도 사람들끼리가 더 단조롭게 직조된 세상. 무엇을 기대하기 위해서 들여다보는가.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5년 전과도 똑같은 풍경들. 달라진 것은 이들이 언제나 내려다봤을 사람들뿐이다.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손잡이가 꺾인 채 버려진 아동용 자전거. 담벼락 아래에서 울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없다.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빗소리를 견뎌내며 서로의 곁을 지키는 녹슬고 서러운 마음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언덕길의 작은 책방 처마 밑에서 맨발로 땅바닥을 지키는 시름 깊은 솜방망이. 조용히 굳어가고 있었다.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봉고차같이 자그마한 마을버스들이 심심찮게 지나다니는 종로 북촌의 큰길가에서 말없이 멈춰있는 묵묵한 고철덩이.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초가을에도 두꺼운 겨울옷을 껴입은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받으러 길게 줄을 선 낡고 헐은 원도심 한가운데에서.
내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가 아닌 파일들로 GIMP를 돌린 게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 프로그램도 적응이 안 됐던지 도중에 한 번 렉 먹고 멈췄더랬다. 하드 돌아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 졸인 것도 얼마만인지. 그 옛날 컴퓨터가 없었을 땐 대체 어떻게 디자인을 했을까. 그러나 어쩌면 그때가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로웠을지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해서 반드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에 쫓기고 있고 아마자라시의 노래들은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방대함 속에서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존재 혹은 비존재들. 그리고 그럼으로써 잊혀지는 존속감 같은 것들을. 원본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user/amazarashiSM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