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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강의 끝에서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서 15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다. 해질녘 무렵부터 죽을 것 같았다. 해가 진 뒤부터는 논두렁의 어딘가로부터 개구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1km 1km 표지판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심장의 박동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당장 오늘 잘 곳은 있나. 마지막 10km를 달리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그냥 길에서 뻗어 자야 할 수도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 겨우 도착한 하구둑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간신히 차가운 이불 속에 누웠을 때조차 안도보단 걱정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이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아직도 165km 혹은 그 이상이 남아있다고. 다음 날 마침내 아침부터 뒷바퀴 타이어가 펑크나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
landescape/scape
2021. 5. 1. 14:12
지난 해, 초여름
대전에서 서천 금강하구둑까지 165km. 1박 2일의 왕복 일정에는 330km가 소요됐다. 밥도 굶어가며 하루 15시간 페달을 밟아 초여름의 한낮을 꿋꿋히 관통했다. 아스팔트 냄새에도 바람이 시원하던 억새밭의 자전거길. 맑은 날씨 아래서 강변을 따라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꽤 그럴듯하게 돌아갔다. 바람개비 소리에 섞여 흘러들면 나조차도 그들과 같이 소실점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바람이 멈춰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는 걸 나는 이 먼 길의 강을 다시 거슬러 돌아오면서 배웠다.
landescape/scape
2021. 5. 1.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