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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대전 태평동의 공영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 파킹. 터줏대감 원두가 언제나 졸린 눈으로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곤 했었다. 그 이름도 거창한 "코로나 실업자"가 되어 그 좋아하던 술집도 못 가고 카페나 전전하던 시절 내 유일한 바깥친구였던 원두. 그랬던 내가 이젠 제주까지 와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선 다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럴 여유가 생겼단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직 같이 술 마셔줄 친구가 많지 않다. 헛살아가는 인생을 가지고서 하루하루 나이먹는 중인가 보다.
대전 살 때 자주 가던 카페 이스터에그. 다락방이 있는 동네 카페였다. 카운터에 놓인 종을 두어 번 울리면 주인장이 나와 주문을 받곤 했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수족냉증이 걸리기 쉬운 여름의 뭇 카페들과는 달리 이곳의 다락은 항상 바람이 통하지 않아 후덥지근했다. 바로 그게 마음에 들어서 자주 찾았던 공간. 여름에도 후끈한 다다미의 대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에 아주 보기 드문 다락방이었다. 이제와선 가끔 그립다.
카메라에 비치는 자기자신을 신기한 얼굴로 바라보길 좋아하던 순진무구한 어린 거북이. 세타. 제주도로 떠나오기 아마도 두어 달 전의 모습. 눈빛이 참 맑은 애였다.
그런데 때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기도 하더라. 이때까지 내가 누렸던 너의 이런 해맑음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비좁은 방구석에서 같이 도모하던 수많은 일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우리는 최소한의 유대조차 사치로 만드는 정처 없는 삭막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뿐인데. 사회악의 발로를 위한 익명성이라는 허울을 제거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래서 너를 너로 그리고 나를 나로 부르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이야.
여행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침내 아주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탈이 아닌 완전한 탈출을 바라기 위해서.
육교라는 것은 도심의 상징과도 같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땅으로는 자동차들이 다녀야겠으니 차도 못 끌고 나온 사람들 따위는 하늘로나 힘들여 다니라는 뜻을 내포한 흉물이 바로 육교라고. 꽤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육교 위에서의 해넘이가 잠시간은 아름다울 수 있더라도 그 너머의 도시는 어차피 사람의 삶을 위한 것은 아닐 테니까.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나는 수백 번의 육교를 건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