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그랬다, 잡초를 뽑다가 울기도 했었다 본문
제주도로 넘어오기 전까지 정말로 우울감이 심했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어쩌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언젠가는 내가 아끼던 대나무과 식물을 분갈이한 직후에 갓 태어난 잡초 하나를 뽑다가 퍼뜩 눈물이 나서 거세게 울었었다.
이 잡초의 운명이 꼭 내 운명이랑 똑같은 것처럼 보여서.
나도 언젠간 이 잡초처럽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라는 선고를 받고서 아무도 모르게 뽑혀 뿌리가 말라 사라져 가겠지.
뭐 그런 생각.
여하간 이래서 실직이란 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그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고 해도 이래서야 어디 돈이 있대도 밥 해먹고 살겠나 말이다.
내가 대전을 떠난 것도 결국은 그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을 빌어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이 둘은 특히나 젋고 꿈 많을 때에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사람은 개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돈만으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잡초가 단지 햇빛과 물과 바람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듯이.
자아충족감 내지는 자아실현감이라는 것이 살아숨쉬는 생명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드시.
특히나 그것이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리고 나는 적어도 잡초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