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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잡초를 뽑다가 울기도 했었다 본문

landescape/scape

그랬다, 잡초를 뽑다가 울기도 했었다

onyéul 2021. 5. 15. 18:50

 

제주도로 넘어오기 전까지 정말로 우울감이 심했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어쩌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언젠가는 내가 아끼던 대나무과 식물을 분갈이한 직후에 갓 태어난 잡초 하나를 뽑다가 퍼뜩 눈물이 나서 거세게 울었었다.

이 잡초의 운명이 꼭 내 운명이랑 똑같은 것처럼 보여서.

나도 언젠간 이 잡초처럽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라는 선고를 받고서 아무도 모르게 뽑혀 뿌리가 말라 사라져 가겠지.

뭐 그런 생각.

 

여하간 이래서 실직이란 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그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고 해도 이래서야 어디 돈이 있대도 밥 해먹고 살겠나 말이다.

내가 대전을 떠난 것도 결국은 그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을 빌어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이 둘은 특히나 젋고 꿈 많을 때에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사람은 개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돈만으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잡초가 단지 햇빛과 물과 바람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듯이.

자아충족감 내지는 자아실현감이라는 것이 살아숨쉬는 생명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드시.

특히나 그것이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리고 나는 적어도 잡초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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