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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밴드의 신규 앨범 "7호선 로스트 보이즈"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깡총이. 엄마아빠가 발매 전부터 예약했다가 한 달 만에 손에 넣은 앨범을 우리 깡총이는 가만히 앉아서 귓동냥할 수 있으니까 참 좋겠다. 이번 달에 공개된 "카시오페아 계류소"가 함께 수록되었더라면 훨씬 더 행복했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매력 있는 앨범이다. 옛날 앨범들에 비해 더 좋다기보다는 오히려 지금까지 나온 노래들 간의 결속을 더 견고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사실은 후회뿐이라서"라는 가사는 "절대로 후회하진 않아"라고 외치던 몇 년 전 그 가사들의 대구라고 생각하면 더 아프게 들린다. 이래저래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세상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는 아마자라시만의 정공법이 아무래도 제대로 먹혀든 것 같다. ..
카페 다금바리스타의 파트파임 서비스직 종사자 도나. 여기서 주문 안 하고 그냥 지나치면 눈빛 레이저에 쓰러질 것 같다. 제주도 토박이의 근엄함을 장착한 점잖은 호객 행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3년차 햇병아리 제주도민 되시겠다. 커피 꼭 시킬 테니까 한 번만 쓰다듬게 해주세요. 삐약.
카페 다금바리스타의 완벽한 카푸치노. 나도 저런 우유거품을 만들 줄 아는 바리스타였다면 돈 버는 게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불안감을 건져올리는 전직 자판기의 애환은 이렇게나 서글프다. 이날 읽은 책은 켄 로치 영화의 이야기를 담은 "비주류의 이의신청". 전혀 비주류답지 않은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읽기에 더없이 완벽한 책이었다고 하겠다. 비록 그날 하루의 감정의 여과기에는 껄끄러운 불완전함이 걸러졌을 뿐이었다고 할지라도.
올해도 어김 없이 차귀도포구에 나타난 완벽하게 투명한 오징어들. 이 투명함이 휘발되어 하늘 뒤로 바닷물이 비칠 때쯤 또 하나의 가을은 완성될 것이다. 또 하나의 여름이 지금 이 순간 그러하듯이.
계절을 관통해 익어가는 금빛 물결. 그 위에 떠있는 차귀도. 포구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차귀도가 실제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발의 걸음이 빨라진다고 해서 그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절대로 모르는 어린 아이가 된 듯이.
검고 차가운 바위에도 햇빛은 푸른 피어남을 선물한다. 한겨울의 먹구름이 죽어가는 어린 나무에게 찬란한 눈꽃을 선물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