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of blow

낑깡총의 아가 시절 모습들을 모아서 만든 홈비디오. 한나절을 꼬박 쏟아 10년 만에 영상 편집을 해봤는데 내가 만든 건데도 너무 귀엽다. 물론 애들 미모가 다 한거지만서도. 영상에 쓰인 BGM은 heath lancaster의 we called it love. 너무 좋은 노랜데도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게 가장 아쉽다. 추억 한 챕터를 갈무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보낸 시간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 또 어떤 불안한 행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그 미래를 침착하게 그려나가고 싶을 뿐이다. 원본 오디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EsZFTAq35o

산책 조금 오래 했다고 남의 가게에서 대놓고 뻗어버린 우리의 깡총씨. 이럴 때 보면 어른 강아지 어쩌고 하는 얘기가 다 꿈나라 얘기인 듯 싶다. 아직도 이렇게나 아가 같은데. 덩치 큰 강아지들은 자기가 항상 아가인 줄 안다는 게 얼마나 사랑스러운 말인지를 이 녀석들과 함께 살기 전까지는 몰랐었다. 하는 짓은 품 안에 쏙 들어오던 시절이랑 똑같은데 낑깡이 깡총이 둘을 합치면 내 몸무게와 맞먹는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아이들로 인해서 한 뼘씩 어른에 가까워지는 우리를 보면 녀석들은 정말로 어른 수업 선생님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열심히 가르치다가 선생님이 먼저 곯아떨어져버리는 이상한 순간들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다 같이 행복하니까 된 거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마음이 ..

세화리에서 세화리로 이사온 제주풀무질. 같은 동네로 옮겨왔는데도 분위기는 많이 변한 것도 같다. 책장 옆에 올망졸망 놓여있는 사진들만 봐도 풀무질의 긴 역사를 조금은 체감할 수 있다. 특히나 쉽게 영접할 수 없는 광복이의 얼굴을 원없이 볼 수 있다는 게 포인트. 이건 비밀인데 광복이의 마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고기 간식을 바쳐야 한다고 한다. 역시 배운 강아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우리 낑깡총이도 부지런히 커서 서당 강아지가 될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광복이처럼 되려면 갈 길은 아직 멀지 싶다.

"7호선 로스트 보이즈" 초회생산한정반 재킷의 팬아트 드로잉. 비 내리는 날 카페 로빙화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그렸다.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뻘쭘하지만 팬아트라고 생각하면 봐줄 만하다. 굳은 손으로 오랜만에 색연필을 쥘 때는 생각이 차분해지고 어지러운 머릿속도 한결 정돈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비록 종이를 덮으면 아득히 또 사라지고 말 평형일지라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어릴 때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낡은 책상의 때 묻은 물감 자국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씁쓸한 무언가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곤 할 만큼.

남원리의 그림 그리는 카페 로빙화. 언제 가도 색연필을 잡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비 내리는 날 가도 기분이 우중충해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카페기도 하다. 살강살강 안개비가 내리는 해변을 거닐다가 우울감을 녹여줄 핫초코 한 잔을 마시는 그 달콤함이야말로 이 계절만의 선물일 테니까. 생각해보면 로빙화뿐만 아니라 남원이라는 동네의 모든 것이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왠지 마주칠 때마다 조금씩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만 같은 새하얀 파도의 유독 여명이 긴 파열음 때문일까. 겨울이 모든 소리를 삼켜버리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그것들을 있는 힘껏 분산시키는 계절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