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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언덕길의 작은 책방 처마 밑에서 맨발로 땅바닥을 지키는 시름 깊은 솜방망이. 조용히 굳어가고 있었다.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봉고차같이 자그마한 마을버스들이 심심찮게 지나다니는 종로 북촌의 큰길가에서 말없이 멈춰있는 묵묵한 고철덩이.
delta3200 필름의 코닥 일회용 카페라로 찍었다. 초가을에도 두꺼운 겨울옷을 껴입은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받으러 길게 줄을 선 낡고 헐은 원도심 한가운데에서.
내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가 아닌 파일들로 GIMP를 돌린 게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 프로그램도 적응이 안 됐던지 도중에 한 번 렉 먹고 멈췄더랬다. 하드 돌아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 졸인 것도 얼마만인지. 그 옛날 컴퓨터가 없었을 땐 대체 어떻게 디자인을 했을까. 그러나 어쩌면 그때가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로웠을지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해서 반드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에 쫓기고 있고 아마자라시의 노래들은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방대함 속에서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존재 혹은 비존재들. 그리고 그럼으로써 잊혀지는 존속감 같은 것들을. 원본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user/amazarashiSMEJ
나름대로 엄청 공들여 색감을 조율해봤다. 보랏빛이 전혀 돌지 않는 푸른색을 만들고 싶었다. 최하단에 쓰인 이미지의 원본은 namae의 뮤직비디오 갈무리인데 제일 처음으로 좋아한 노래다. 그리고 중앙은 가장 최근에 올라온 라이브 영상. 10주년 기념 라이브면서도 아직까지 발매가 안 된 게 함정. 무조건 발매되길 손꼽아 바라는 중이다. 아마자라시의 라이브에서는 흡연자 특유의 호흡법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게 또 묘하게 노래 분위기랑도 어울린달까. 하여간 스튜디오 녹음으로는 도저히 구현해낼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 원본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user/amazarashiSMEJ
순전히 팬이라서 만든 팬아트 포스터. 불우한 시대라 저작권 문제가 가시돋긴 하지만 지극한 팬심에 힘입어 너그럽길 바랄 뿐이다. 사용된 모든 원이미지는 아마자라시 공식 유튜브채널 영상의 갈무리 이미지다. 김광석 이후로 노래를 부르려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되어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가수는 처음인 것 같다. 분수가 아니라 폭포 같은 목소리다. 오리엔탈리즘이라기보단 순리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왜 일본밴드 음악을 듣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밴드 음악을 듣는 게 아니고 일본어를 쓰는 밴드를 듣는 것이다. 한국에 태어나서 한국어를 쓰는 게 잘못이 아니듯이 일본에 태어나서 일본어를 쓰는 것도 잘못이 아니다. 어떤 언어를 쓰건 입말로 가장 익숙한 언어를 가장 정갈하고 간결하..
중요한 것은 여름은 이미 옛날에 죽었다는 것이다. 마치 느낌표처럼. 전염병시대의 자화상이란 이렇게 악몽 속 파편 같으면서도 또 어딘가 역사의 연속성과도 맞닿아있는 것이다. 은연이라고 하기엔 살짝 우습겠지만. 나중에 이것을 그리워할 날이 없기를 바란다.
정사각 포스터 디자인. 인쇄를 한다면 캔버스에 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아무런 목적도 뚜렷한 의미도 없이 시간만 비우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다. 비워지는 것은 애먼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자리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시간은 어차피 그곳이 아니라면 여기 이곳에 그저 그대로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건 바로 여기에서건 그 시간을 잡고 붙들고 채워가는 것은 존재하고자 하는 생물의 영혼의 열망이어야만 하겠다. 그리고 존재한다는 건 결국은 삶과 삶의 연결 속에 있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끔 만드는 눈빛과 눈빛의 구속력. 그것을 위해 우리는 관계를 이어나가며 살아간다. 물음표를 던지는 것은 그러니까 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것의 가치가 과연 어디까지 뻗을 수 있는가의. 모델이 되어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