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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blow
플라스틱과 해양오염의 관계를 다룬 책을 한 권만 꼽으라면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찰스 무어"의 "플라스틱 바다"를 추천하고 싶다. BPA. 프탈레이트. 그 밖의 명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화학물질의 종착지는 우리 자신들이라는 것. 플라스틱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체내에 축적될 뿐 결코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병드는 것은 북극곰이나 펭귄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서로에게 그 목숨값만큼을 빚지고 사는 것이다. 포스터 "type/a"는 일련의 컨펌을 거쳐서 내가 일하는 가게의 카운터 벽에 붙었다. 하지만 "type/b"는 자체 검열에서 기각돼 쓸쓸한 -아무도 안 보는- 내 블로그에만 소리 없이 게시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어쨌거나 가게라는 것은 매상을 올려줄 손님을 필요로..
현재 집으로 이사하느라 계약기간 1년조차 못 채우고 살다가 나온 서귀포의 1.5룸. 덕분에 보증금 200만원 가운데 100을 날렸지만 100에 200을 날렸던 전적보다야 덜 화려했다고 하겠다. (원룸에서 보증금의 따블을 물어내는 방법이 도저히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면 "수평투상_원룸"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원래는 월세 35에 관리비가 3만원 붙었는데 불로소득 건물주의 워킹푸어 동정론에 힘입어 매달 3만원씩은 무상 면제를 받았다. (부루주아 만세.) 위치가 조금만 시내권에 있었더라도 40은 족히 받았을 년식에다 단촐하게 살기엔 최적인 구조.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여기서 만수무강할 때까지 오래 살 것만 같아서 이 집이 꼭 내 집 같고 그랬더랬다. 그러나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댕댕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 오랜만에 장서록을 정리하면서 새삼 깨닫는다. 서점들을 찾아다니며 책 한 권씩 사는 것이 유일한 휴일의 낙이었던 내 삶은 어느덧 사료통과 똥츄와 삑삑이로 가득 차버렸다. 서점을 갈 시간도 책을 살 돈도 책을 읽을 체력도 없어질 정도로 스펙타클한 육아였냐고 하면 과연 그렇다. 이견은 없다. 장서록(i)와 장서록(ii)에 오른 책들 중 상당수가 애들 이빨에 시달리다가 형체를 잃었다는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보내는 한 시간이 책 한 권의 가치보다도 훨씬 더 소중하다고 믿고자 한다. 체온을 가진 존재끼리의 유대 관계라는 것은 그 어떤 물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엔 절..
제주도로 이주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대전 중구의 원룸. 이 빌라는 1층에서 3층까지가 통으로 호수 작명이 독특했다. 301호 다음이 303호 그리고 그 다음이 302호인 식이었다. 내가 살던 곳이 바로 303호였는데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에 301호를 쪼개서 만든 오직 임대료만을 위한 방이었다. 덕분에 현관을 직각으로 마주한 벽에는 한때는 301호의 다른 방으로 이어졌을 방문이 벽지만 덧발라진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요컨대 애초에 한 가구가 살겠금 설계된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거공간이 아니라 301호의 주 공간이었을 뿐이다. 남의 집 거실이던 장소에 억지로 싱크대와 변기와 현관문만 설치해놓고 원룸이라고 세를 받아도 내놓는 족족 나간다고들 했다. 그것이 빈곤층 도시민의 생활상이었고 나는 모텔촌 한복판에..
blurred bluff & sorrow 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차렸다. 거의 2년을 미루고 미루던 일을 드디어 해치웠다. 출판사 신고번호 제652-2022-000002호. 앞자리는 지역번호인 것 같고. 아마도 내가 올해 제주도에서 두번째로 출판사를 차린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일로 더 절실하게 깨달은 바지만 제주도의 행정은 육지와는 많이 다르다. 여기저기 알아봤을 땐 출판사를 신고하려면 시청으로 가라고들을 하길래 막연히 서귀포시청엘 먼저 갔더랬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거시기해서 뒤늦게 만덕콜센터에 전화해 물어봤더니만 웬걸 동사무소로 가랜다. 시청이 집에서 멀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했을 거다. 다시 부랴부랴 동사무소로 달려가서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낮에 나왔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기다림..
방역패스, 학원·독서실 넘어 모든 시설서 멈출까···오늘 법원 심문 법원이 7일 방역패스(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에 관한 심문을 연다. 지난 4일 학... www.khan.co.kr 오늘 방역패스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법원 심문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생활과 생계 유지조차 불가능하도록 통제하면서 백신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위헌이다. 백신의 안전성과도 별개로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이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물며 지금의 백신정책은 코로나 전염병의 예방보다도 다른 무언가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모든 제약회사가 오직 서민들을 등쳐먹기 위해서 약을 개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얀 가운이 시커멓게 되도록 땀..
책의 구입처와 관련해서 조금의 첨언을 해야겠다. 인터넷이나 여타 '서점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책을 구했을 경우에는 단지 지역으로만 표기했다. 그리고 박람회나 중고장터 또는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도 책의 거래는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청색 글씨로 구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황색으로 블록된 곳들은 재방문한 적이 있거나 앞으로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 서점들이다. 그 가운데 제주 서쪽의 무명서점과 남쪽의 어떤바람을 가장 자주 간다.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202번 버스의 정류장과 가장 가깝다는 것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해두고 싶다.
19살 이후로 세려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의 이사 -혹은 이직- 를 했고 그러면서 세려면 바둑알이 모자를 정도의 책들을 버렸다. 마지막 이사는 대전에서 제주로 오면서였고 이때만 해도 얼추 80여 권을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100만원 어치의 책들을 몇 천원의 헐값에 넘기면서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않는 것이 그 책들에 대한 최후의 예의일 거라고 믿었다. 리어카에 엉거주춤 쌓인 채 kg 당 얼마로 환산된 내 한때의 보물들은 그저 흰 종이에 검정 잉크의 폐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내 이십 대 초반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조용히 페이드아웃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만 그들이 완전히 소각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겠지만 실은 그마저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들춰보..